서울 정원여가 심포지엄, “도시정원의 가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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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과
작성일
2025-09-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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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환경과조경]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서울시의 정원문화 확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시민이 체감하는 정원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보라매공원 내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에서 ‘도시정원의 융합적 활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서울 정원여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정원문화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된 학술행사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도시설계학회가 주관한 심포지엄은 서울의 정원 여가와 도시정책을 연계해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도시재생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태원 한국도시설계학회장,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임만균 서울시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 배정한 한국조경학회장, 이재석 한국정원단체연합 회장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박태원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도시정원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과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며 “도시설계와 건축, 조경분야의 융합을 실천하는 도시설계학회는 이번 심포지엄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도시정원이 지닌 원형적 기능과 지역적 파급효과는 실용적 가치로 확산될 수 있고, 기본 전제는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노들섬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과 함께 보라매공원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원박람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시 행정이 놀라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상혁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원박람회처럼 큰 공간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는 서울시 비전이라며 “정원의 지속가능성, 주변 상권과의 조화, 아이들에게 행복한 공간 제공 등 도시 정원의 융합적 활용 방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만균 서울시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도 “서울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서울 시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킬 책무를 안고 있다”며 “이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지혜 중 하나가 정원이 도심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정원이 조경학, 도시설계학, 건축학 등과 함께 교육과 치유, 공동체 등 사회적 의제들과 결합 시 단순한 공간을 넘어 도시의 자산이 된다”며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정원 여가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배정한 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잘 디자인한 정원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발전소로 성장할 수 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원 열풍의 이면에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저비용·고효용 공간 정치의 난맥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도시정원의 공공성을, 정원도시의 계획 철학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경학회도 정원이 도시 환경과 문화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고 정책 실천과 시민 체험이 연결되는 고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밝혔다.
이재석 한국정원단체연합 회장은 “정원은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꾸기를 멈추는 순간 어느새 폐허가 되는 점을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도시 거주 시민이 정원을 가진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정원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설계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초·중·고 학습에 정원 과정이 없다. 청소년 시기에 정원가꾸기를 체험하는 것이 평생의 감각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수연 서울시정원도시국장이 ‘정원을 여가로, 정원으로 치유를’을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섰다. 그는 ‘시민행복’을 위한 공무원의 책무를 강조하며 다양한 해외사례를 서울시 정원정책에 반영했거나 반영할 것을 소개했다. 특히, 독일과 캐나다의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서울형 정원처방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며 시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도시정원의 융합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발표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조명했다. 강준석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도시정원의 기후변화 대응 및 생태적 가치’, 우정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의 ‘도시정원의 로컬 커뮤니티 활성화 효과’, 송기황 수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도시정원의 도시명소화 효과 및 방문가치’, 최혜영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조경학전공 교수의 ‘지역자산으로서 도시정원과 타운매니지먼트’를 각각 발표했다.
AI·빅데이터, 정원 효과 정량화 가능…도시정원, 그린인프라의 핵심 가치
강준석 교수는 도시정원이 과학적이고 공학적으로 정량화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단순한 휴식 여가의 중심에서 도시열섬효과 완화, 홍수 위험 저감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적 기능의 확장된 역할이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는 어려웠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식물의 공간배치를 통해 효과를 실시간 정량화가 가능한 시대가 됐음을 설명했다.
또한 물의 하수관 직접 침투 지연, 미세먼지의 흡착과 흡수, 심미적인 가치 등을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그린인프라로서의 정원이 스마트시티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그린인프라가 없으면 빅데이터 와이파이가 만연한 어두운 로봇의 세계가 될 것이다. 도시정원이 미래 도시의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는 ‘도시네트워크’
도시 네트워크 분석을 기반으로 도시계획과 도시디자인을 연구하는 우정현 교수는 녹지공간, 공공공간의 접근성,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우 교수는 청계천을 서울 강북지역의 핵심을 가로지르는 ‘그린 에코 네트워크’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 경의선 숲길 등의 사례를 들어 시민의 삶 속에서 녹지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 개념을 빌어 “제1과 제2의 공간이 집과 일터라면 제3의 공간은 도시 안의 공공공간이나 녹지공간”이라며 도시 안에서 공동체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도시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는 인프라의 장점과 관련해서 보행과 자전거 경로로 끊임없이 연결된 연결성을 주목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그린라인 프로젝트와 워싱턴 D.C.의 보행권을 기반으로 한 녹지축 계획의 참여 경험을 소개하며 “각각의 정원 요소들이 도시 안에서 산발적으로 분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네트워크화로 시민과 자연과의 접점이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웰빙 커뮤니티와 그린시티, 보행 생태네트워크 등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정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서울 서남권 대표 녹지 명소 된 ‘보라매 공원’의 녹지 효과
주로 도시설계를 추진해 온 송기황 대표는 기존 도시공원의 평면적 성격에서 입체적·복합적 성격의 도시정원으로 장소적 개념이 변화한 사례들를 소개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세일스포스 옥상정원, 도쿄 마야시타 파크 세계 각국에서 공간을 정원화하는 노력을 소개하고 다산 도농역 경의중앙선 지하화사업의 상부 공원화 사업 경험도 공유했다.
송 대표는 “기존의 공원이 기능 중심이라면 최근 입체공원, 상부공원, 지하공원, 시설 복합화 공원 등 조성 형태나 맥락 중심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원의 개념도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공원이 법적으로 지속되도록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순천만 국가정원의 사례를 통해 지역성이 반영된 하나의 정원으로서의 명소화가 이뤄지면 관광자산과 도시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교통수단과 정원과 같은 자연 친화적 공간이 결합된다면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보행일상권’ 개념을 소개하고 5분 이내 녹지에 접할 수 있는 도시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울 서남권은 녹지율이 낮은 지역으로 보라매 공원이 정원박람회를 통해 녹지의 명소로 꼽히는 만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RHS 플라워 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에서 실버길트 메달을 수상한 최혜영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는 영국의 정원 관람이 한국 돈으로 10만 원에 달하는 반면, 보라매 공원에 111개 정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점을 들어 누구나 정원문화를 누릴 수 있고, 공원 내 정원이 지역 자산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후 SNS를 통해 ‘휴식’과 ‘힐링’의 주제가 많이 등장한 사례를 근거로 시민들이 정서적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용어를 소개하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활동이 핵심가치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POPS(Privately Owned Public Spaces)와 뉴욕 맨하탄의 브라이언트파크(Bryant Park), 도미노파크(Domino Park) 등 공공의 역할이 최소화된 성공 사례를 들어 “타운 매니지먼트가 기존 시가지나 침체된 도시, 지역 상권 등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관리 운용 시스템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공공공간이 주민이나 기업을 포함하는 어떤 민간의 자산이나 생활 가치를 높인다는 데 모두 동의를 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창의적인 관리나 창조적인 운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정원 형태가 법으로 규정되어 관 주도로 운영되는 점의 아쉬움과 민간참여의 고민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RHS 경연에 참여 중 관람객들이 식물소재부터 시설물 조성까지 질문의 수준에 놀랐던 경험을 공유하며 “시민 주도의 정원문화와 커뮤니티 참여 수준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별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원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도시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4명의 주제발표는 도시정원이 단순한 녹지에서 삶의 질, 지역사회 활성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 기여하는 핵심기반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각 발표자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도시정원의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조명했다.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서울시의 정원문화 확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시민이 체감하는 정원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보라매공원 내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에서 ‘도시정원의 융합적 활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서울 정원여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정원문화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된 학술행사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도시설계학회가 주관한 심포지엄은 서울의 정원 여가와 도시정책을 연계해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도시재생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태원 한국도시설계학회장,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임만균 서울시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 배정한 한국조경학회장, 이재석 한국정원단체연합 회장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박태원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도시정원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과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며 “도시설계와 건축, 조경분야의 융합을 실천하는 도시설계학회는 이번 심포지엄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도시정원이 지닌 원형적 기능과 지역적 파급효과는 실용적 가치로 확산될 수 있고, 기본 전제는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노들섬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과 함께 보라매공원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원박람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시 행정이 놀라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상혁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원박람회처럼 큰 공간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는 서울시 비전이라며 “정원의 지속가능성, 주변 상권과의 조화, 아이들에게 행복한 공간 제공 등 도시 정원의 융합적 활용 방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만균 서울시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도 “서울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서울 시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킬 책무를 안고 있다”며 “이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지혜 중 하나가 정원이 도심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정원이 조경학, 도시설계학, 건축학 등과 함께 교육과 치유, 공동체 등 사회적 의제들과 결합 시 단순한 공간을 넘어 도시의 자산이 된다”며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정원 여가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배정한 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잘 디자인한 정원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발전소로 성장할 수 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원 열풍의 이면에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저비용·고효용 공간 정치의 난맥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도시정원의 공공성을, 정원도시의 계획 철학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경학회도 정원이 도시 환경과 문화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고 정책 실천과 시민 체험이 연결되는 고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밝혔다.
이재석 한국정원단체연합 회장은 “정원은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꾸기를 멈추는 순간 어느새 폐허가 되는 점을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도시 거주 시민이 정원을 가진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정원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설계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초·중·고 학습에 정원 과정이 없다. 청소년 시기에 정원가꾸기를 체험하는 것이 평생의 감각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수연 서울시정원도시국장이 ‘정원을 여가로, 정원으로 치유를’을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섰다. 그는 ‘시민행복’을 위한 공무원의 책무를 강조하며 다양한 해외사례를 서울시 정원정책에 반영했거나 반영할 것을 소개했다. 특히, 독일과 캐나다의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서울형 정원처방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며 시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도시정원의 융합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발표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조명했다. 강준석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도시정원의 기후변화 대응 및 생태적 가치’, 우정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의 ‘도시정원의 로컬 커뮤니티 활성화 효과’, 송기황 수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도시정원의 도시명소화 효과 및 방문가치’, 최혜영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조경학전공 교수의 ‘지역자산으로서 도시정원과 타운매니지먼트’를 각각 발표했다.
AI·빅데이터, 정원 효과 정량화 가능…도시정원, 그린인프라의 핵심 가치
강준석 교수는 도시정원이 과학적이고 공학적으로 정량화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단순한 휴식 여가의 중심에서 도시열섬효과 완화, 홍수 위험 저감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적 기능의 확장된 역할이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는 어려웠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식물의 공간배치를 통해 효과를 실시간 정량화가 가능한 시대가 됐음을 설명했다.
또한 물의 하수관 직접 침투 지연, 미세먼지의 흡착과 흡수, 심미적인 가치 등을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그린인프라로서의 정원이 스마트시티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그린인프라가 없으면 빅데이터 와이파이가 만연한 어두운 로봇의 세계가 될 것이다. 도시정원이 미래 도시의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는 ‘도시네트워크’
도시 네트워크 분석을 기반으로 도시계획과 도시디자인을 연구하는 우정현 교수는 녹지공간, 공공공간의 접근성,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우 교수는 청계천을 서울 강북지역의 핵심을 가로지르는 ‘그린 에코 네트워크’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 경의선 숲길 등의 사례를 들어 시민의 삶 속에서 녹지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 개념을 빌어 “제1과 제2의 공간이 집과 일터라면 제3의 공간은 도시 안의 공공공간이나 녹지공간”이라며 도시 안에서 공동체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도시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는 인프라의 장점과 관련해서 보행과 자전거 경로로 끊임없이 연결된 연결성을 주목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그린라인 프로젝트와 워싱턴 D.C.의 보행권을 기반으로 한 녹지축 계획의 참여 경험을 소개하며 “각각의 정원 요소들이 도시 안에서 산발적으로 분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네트워크화로 시민과 자연과의 접점이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웰빙 커뮤니티와 그린시티, 보행 생태네트워크 등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정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서울 서남권 대표 녹지 명소 된 ‘보라매 공원’의 녹지 효과
주로 도시설계를 추진해 온 송기황 대표는 기존 도시공원의 평면적 성격에서 입체적·복합적 성격의 도시정원으로 장소적 개념이 변화한 사례들를 소개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세일스포스 옥상정원, 도쿄 마야시타 파크 세계 각국에서 공간을 정원화하는 노력을 소개하고 다산 도농역 경의중앙선 지하화사업의 상부 공원화 사업 경험도 공유했다.
송 대표는 “기존의 공원이 기능 중심이라면 최근 입체공원, 상부공원, 지하공원, 시설 복합화 공원 등 조성 형태나 맥락 중심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원의 개념도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공원이 법적으로 지속되도록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순천만 국가정원의 사례를 통해 지역성이 반영된 하나의 정원으로서의 명소화가 이뤄지면 관광자산과 도시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교통수단과 정원과 같은 자연 친화적 공간이 결합된다면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보행일상권’ 개념을 소개하고 5분 이내 녹지에 접할 수 있는 도시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울 서남권은 녹지율이 낮은 지역으로 보라매 공원이 정원박람회를 통해 녹지의 명소로 꼽히는 만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자산인 도시정원, ‘타운매니지먼트’로 시민 참여 절실
올해 RHS 플라워 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에서 실버길트 메달을 수상한 최혜영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는 영국의 정원 관람이 한국 돈으로 10만 원에 달하는 반면, 보라매 공원에 111개 정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점을 들어 누구나 정원문화를 누릴 수 있고, 공원 내 정원이 지역 자산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후 SNS를 통해 ‘휴식’과 ‘힐링’의 주제가 많이 등장한 사례를 근거로 시민들이 정서적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용어를 소개하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활동이 핵심가치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POPS(Privately Owned Public Spaces)와 뉴욕 맨하탄의 브라이언트파크(Bryant Park), 도미노파크(Domino Park) 등 공공의 역할이 최소화된 성공 사례를 들어 “타운 매니지먼트가 기존 시가지나 침체된 도시, 지역 상권 등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관리 운용 시스템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공공공간이 주민이나 기업을 포함하는 어떤 민간의 자산이나 생활 가치를 높인다는 데 모두 동의를 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창의적인 관리나 창조적인 운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정원 형태가 법으로 규정되어 관 주도로 운영되는 점의 아쉬움과 민간참여의 고민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RHS 경연에 참여 중 관람객들이 식물소재부터 시설물 조성까지 질문의 수준에 놀랐던 경험을 공유하며 “시민 주도의 정원문화와 커뮤니티 참여 수준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별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원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도시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4명의 주제발표는 도시정원이 단순한 녹지에서 삶의 질, 지역사회 활성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 기여하는 핵심기반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각 발표자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도시정원의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조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