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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조경 민관학 한자리에, “사업보다 체계 먼저” 공감대

2026-04-17 10:03
링크로 이동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전통조경 분야의 제도화와 산업화를 위해서는 개별 사업보다 설계 체계, 교육, 자료 축적 같은 기반부터 먼저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전통조경학회는 지난 4월 10일 서울글로벌센터빌딩 9층 국제회의장에서 ‘제4차 전통조경 민관학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통조경 분야의 주요 현안을 놓고 국가유산청과 학계 및 업계의 의견이 오갔다.

 

참석자로는 김충식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과 정대영 국가유산청 명승전통조경과 사무관을 비롯해 하태일 국가유산청 명승전통조경과 학예연구사, 소현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이재용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이승용 조경기술사사무소 지유 소장, 이종근 산수조경 대표 등이 자리했다.

 

이날 김충식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은 앞으로 학회가 설계 이론 정리와 교육 체계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정책 자문, 공공사업 참여, 자료 축적에 이르기 까지 전통조경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조경 관련 사업이 현장에서 급하게 집행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기획 초기부터 학회와 업계, 행정이 같이 움직여야 사업의 완성도와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정원박람회와 같은 사업에서는 학회가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사전 자문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에는 정원박람회가 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학회가 중개자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며 “그런 사업을 할 때는 학회와 먼저 얘기해 주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통조경 설계와 양식, 방법론 역시 특정 개인에게 맡기는 수준을 넘어 학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축적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냥 한 작가한테 의뢰하는 게 맞는가, 아니면 학회와 함께 양식이나 설계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도 비중 있게 꺼냈다. 김 회장은 대학생 대상의 ‘여름 전통조경학교’ 구상을 제시하며, 국가유산청이 기회를 열고 학회가 튜터 선정과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하는 방식의 협업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조경학과를 대상으로 ‘여름 전통조경학교’를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며 “국가유산청이 기회를 제공하면 학회는 튜터를 선정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통조경 인재 양성을 대학생들만으로 보는 것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라며 “특성화고 학생, 일반 시민까지 교육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DSC_0735.jpg김충식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DSC_0752.jpg정대영 국가유산청 명승전통조경과 사무관

 

 

이에 대해 정대영 사무관은 현재 2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만큼, 이날 나온 아이디어를 내년도 사업과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 사무관은 설계영역 문제 등으로 전통조경 정책 추진이 쉽지 않지만, 이해관계자 조율을 통해 정책 기반과 시장을 함께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품셈이나 시방서 정비도 결과물이 나와야 하고, 경제와 지역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제도 정비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의 성과가 산업과 현장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사무관은 특히 수리기술진흥재단을 활용한 위탁 방식이 전통조경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수리기술진흥재단을 파트너로 삼아 관련 시장의 규모를 보여주고, 조경 전문가를 그 영역으로 계속 유입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며 “품셈과 시방서도 지금처럼 일회성 학술용역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교수는 “고택에 딸린 정원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통해 고택 소유자나 관리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정원의 가치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를 통해 “명예 전통정원사”를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전통정원 인증제와 연계될 경우 장기적으로 정책 기반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용 소장은 전통마을과 고택 정원에서 부적절한 식재와 정비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주민들의 정보 부족을 꼽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며 “설계나 공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관리 문제는 상시적인 교육과 지원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DSC_0778.jpg이재용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DSC_0771.jpg이승용 조경기술사사무소 지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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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소현수 교수는 전통조경 자료의 축적과 공개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전 자료를 찾고자 하는 바람은 너무 큰데, 유산청이든 궁릉본부든 가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와 용역 과정에서 기초 자료 접근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의를 계기로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후속 세대가 이어받아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빙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카이빙은 이날 세미나의 또 다른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김충식 회장은 전통조경대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료 부족을 절감했다며, “은퇴하신 교수님들이나 학자분들을 중심으로 아카이빙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회 내부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지자체 문화원과 향토사학자,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관리자들까지 폭넓게 아카이빙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하태일 연구사는 자료 축적과 관리의 공백도 짚었다. 그는 “정비 보고서와 수리 보고서는 관련 부서에 취합돼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근 업로드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 사업 자료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조직화 방안도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였다. 김충식 회장은 기존의 ‘수리기술자’라는 표현만으로는 전통조경 현장의 다양한 주체를 담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리기술자도 있지만 수리업체도 있다”며 “앞으로는 전통조경 수리기술자가 아닌 실무 종사자로 선언하는 게 적당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조경 전문 수리업 협의회와 같은 구심점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사단법인화 여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종근 대표는 전통조경 업계의 조직화를 위해서는 업체들이 참여할 이유를 분명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리기술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업계를 다시 묶을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업체들한테 베네핏을 줘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참여나 시공 사례, 신기술 발표 실적에 대해 “시간 인정이나 발표 실적 반영 같은 장치가 있다면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전통조경을 둘러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서 나아가, 학계·행정·업계가 각자의 역할을 확인하고 실제 협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DSC_0784.jpg하태일 국가유산청 명승전통조경과 학예연구사

 

DSC_0807.jpg이종근 산수조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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