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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사)한국조경사회 칼럼


1.
원고 독촉을 여러 번 받고도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연말까지 해치워야할 일의 양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허덕거린 탓도 있지만, 도무지 “우리들의 조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단어부터 막힌다. 내가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누군가를 “우리”라고 묶을 수 있는 공동의 가치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우리”는 정겨운 단어지만 “우리”가 다수 집단이 되면 권력을 가지게 되고 이 “다수”가 잘못 휘두른 권력은 “우리”에 속하지 못한 소수를 향한 폭력이 된다. 나는 주변에서 이러한 “우리”의 폭력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는 결국 “우리”라는 테두리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무시와 배제가 폭력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어느 사회나 주류는 비주류를 만들고 중심은 주변을 만든다. 과연 “우리 조경계”는 어떠할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내가 내부자로서 느끼는 것보다 조경계를 훨씬 더 배타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끊임없이 전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떠나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학생들 “대다수”가 원하는 안정적인 진로로부터 관심과 적성이 벗어나 있는 학생들은 결국 겉돌다 보란 듯이 다른 분야로 진출한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구조화된 일의 발주 방식과 배타적인 영역성은 이 중심부가 허락하는 자격이나 스펙을 갖지 않은 자들이 낄 수 없는 성역이 된다. 이 구조적인 문제가 누구의 잘못이며 어떻게 고쳐야하는 지를 여기서 다룰 수는 없으니 대신 이러한 질문에 집중해보자. “우리”들은 무엇을 공유하는 집단인가. 과연 조경계의 중심성이 무엇이기에 끊임없이 주변인들을 만들어내는가.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너무 좁게 설정하고 그 테두리에 성벽을 치고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은 아닌가. 성벽 밖, 혹은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수의 “우리”들에게 의미가 없는 현상일까.


2.
위의 문제들은 잠시 덮어두고 이제는 지겨워질 만도 한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미래에 대해 언급하기로 하자. 인공지능을 포함한 전 방위적 디지털 기술혁명은 전문가라는 근대적 개념의 직업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출판된 몇 개의 미래 예측 서적* 중 전문직의 미래와 관련한 내용을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 IT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더불어 지식의 공유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현재의 전문가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체하거나 일반인들이 정보를 쉽게 습득하여 전문가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 당연히 지금의 많은 전문직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더욱 배타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재생산할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기 직업의 전통적 업무 방식에 깊이 매몰되어 있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투쟁을 시도할 것이다. 지적 재산권과 특허, 정보의 유료화서비스, 면허체계 강화, 전문가(혹은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이에 대한 보호 및 봉쇄, 이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관철시키려는 정치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셋째,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일지라도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파급력은 생산적일 수도 파괴적일 수도 있다. 전문가는 과거에 비해 더욱 더 가치 판단에 필요한 철학적 능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세 가지의 변화 양상은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전문성을 정의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조경계는 과연 이러한 변화 속에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2016)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와이즈베리,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2017) 『전문가와 강적들』, 오르마, 매트 리들리 지음, 조현욱 옮김(2010) 『이성적 낙관주의자』, 김영사, 박영숙과 제롬 글렌 지음(2017) 『세계미래보고서 2055』, 비즈니스북스를 참조했으며, 물론 이 책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경향성을 가늠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었다.


3.
이제는 “우리” 분야의 문제를 들여다보자. 나는 조경 분야의 속성이 매우 “갑-의존적”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국토 개발과 근대화라는 국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조경은 국가라는 권위적인 클라이언트를 등에 업고 출현한 전문분야이다.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제공하는 안정적인 갑의 존재는 조경 분야가 성장해온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호황은 경쟁의 필요성을 희석시킨다. 갑의존성은 세계에 대한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 태도를 훈련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반성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데 우리의 DNA가 최적화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뜨는 일, 돈이 되는 일, 주어지는 일에 예민하지만 무언가를 미리 준비하고 기획하는 자발성은 부족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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