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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김영민의 건축과 조경 이야기

2023-11-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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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시설물 기업 예건은 창립 33주년 기념 유현준·김영민 특별초청강연회를 28일(화)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개최했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와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건축과 조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경시설물 기업 예건은 창립 33주년 기념 특별초청강연회를 28일(화)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개최했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건축 공간이 조성되면 그 안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심지어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만들어진다”며, 특히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디자인을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제주의 리아스식 해안을 닮은 주택 ‘Homi’, 계곡과 숲을 담은 곡선의 주택 ‘플레이트 빌라’, 공원과 리조트, 워터파크, 쇼핑몰을 아우른 ‘GLT’,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계획 ‘HMG 스마트 시티’이다.

김영민 교수는 경계를 두고 모순되는 두 가지 개념을 공존하도록 하는 설계 프로젝트 ‘서울 신단수’, 여의도공원 제2세종문화회관 ‘부유지층’, 청주가드닝 페스티벌 초청작 ‘동문’, ‘광화문 광장’,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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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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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이어 박기숙 (사)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이산 부사장)을 사회로 다양한 주제의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도시에서 벤치 등 스트리트 퍼니처의 의미와 디자인, 조경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나누었다.

유현준 교수는 공간을 볼 때 ‘이동하는 공간, 머무는 공간’, ‘사적인 공간, 공적인 공간’으로 구분한다면서, “도시 안엔 많은 공간이 있지만 대부분 이동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머무르게 되면 그것은 내 공간이 된다. 스트리트 퍼니처는 공공공간에 앉아 머무르게 하며 그것을 나의 사적 공간으로 바꿔주는 장치”라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의 공통의 추억이 만들어진다. 돈을 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공통의 추억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사회일수록 사람들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 이해하기 쉬워져 결국 갈등이 줄어드는 사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벤치 디자인에 대해서 유현준 교수는 ‘벤치 프로젝트’의 사례를 소개하며, “다양한 벤치 업체가 벤치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벤치를 기증해 다양성 면에서는 좋았으나 너무 오브제적인 디자인으로 튀는 벤치들이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예술적 조각품들은 이미 길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벤치 디자인은 배경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벤치는 가로로 긴 벤치가 많다. 모르는 사람과 벤치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붙이거나 따로 뗄 수 있고, 각도를 바꿀 수 있는 등 형태로 변한다거나 혼자 앉을 수 있는 벤치 등 다양한 형태가 많아져야 한다. 벤치의 형태에 따라 사람간의 관계가 컨트롤 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영민 교수도 “파리공원 리노베이션을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이미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경계석에 앉아 김밥을 먹는 가족을 보며 다양한 종류의 벤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벤치 디자인의 다양성이 이용의 다양성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선베드 형태의 벤치에 누워 햇빛 받는 것을 즐기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꺼리는 것처럼 벤치 디자인에도 그 나라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벤치의 수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데도 입을 모았다. 유현준 교수는 “벤치는 많을수록 좋다. 브로드웨이의 950m 길이 구간에 벤치가 170개 있는데, 같은 길이의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3개밖에 없다. 벤치가 없으니 앉기 위해 카페에 들어가야 하는데, 경제적 배경에 따라 비싼 카페와 그렇지 않은 카페로 가는 공간이 구분되니 더더욱 소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교수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단차가 있으면 앉으려고 한다. 도시에 벤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건축과 조경의 차이와 조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김영민 교수는 건축과 조경 두 가지를 전공한 입장에서 “건축은 아무래도 건물을 중심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사람의 관점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고, 자연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경은 사람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는 공간도 조성해야 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조경의 입장에서 건축을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건축이 조경을 공부하는 것에 비해 조경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좋은 건축을 공부하고, 조경은 그것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고민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물과 외부 공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의미를 가지게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지만, 사람이 그 자연을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자연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자연은 항상 있지만, 건축물은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번역해 주는 것이 건축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손댈 수 없는 자연이라는 영역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건축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경분야는 ‘자연’이라는 무기가 있다. 자연은 항상 정답이고, 모든 기술을 뛰어넘는다. 특히 가상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21세기에 자연의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좋은 자연을 특정한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연을 일상생활 속으로 들여와 사람과 사회를 치유할 것인가가 조경분야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이 가진 무기를 사회를 위해 잘 써 달라”고 당부했다.

노영일 예건 대표는 “훌륭한 두 분을 모시고 33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게 돼서 무척 기쁘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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